[취재수첩] 이랜드의 중국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3-11-03 17:45   수정 2023-11-04 00:06

이랜드가 상하이 민항취 우징에 완공한 ‘이노베이션 밸리’를 최근 취재차 방문했다. 내년부터 이랜드 중국 본사를 비롯해 국내 기업이 붉은색 고풍스러운 건물에 줄줄이 입주한다. 이랜드는 입주 기업에 1992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후 30년간 쌓은 인맥과 인프라를 공유할 계획이다. 보다 많은 기업이 중국에 안착해야만 한국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징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몰려드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판교쯤 된다. 이랜드가 이 금싸라기 땅에 연면적 35만㎡짜리 이노베이션 밸리를 짓기로 한 데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랜드는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선포하자 우리 기업들이 속절없이 이탈한 핵심 이유를 기업을 모으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랜드는 이노베이션 밸리를 통해 중국에서 30년간 쌓은 ‘신뢰 자산’의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징의 바지공장에서 중국 사업을 시작한 이랜드는 중국에서 낸 세금만 2조원이 넘는다. 현지 기업도 받기 힘들다는 ‘중화자선상’을 네 차례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쌓은 경험, 현지 당국과 두터운 신뢰는 이랜드만의 자산이 됐다. 상하이 정부는 대규모 스마트팜 조성, 패션타운 건립 등 수많은 사업에 참여할 한국 기업을 물색할 때 이랜드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이랜드에 있어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고 한국에 안주하는 건 국내 인구 감소 추세 등을 감안했을 때 성장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중국이 유통 분야에서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강력한 경쟁자란 점도 이랜드를 중국에 머물게 했다. 중국 ‘신유통’의 기수인 알리바바의 허마셴성은 드넓은 상하이시에서 ‘3㎞ 내 30분 배달’이 가능한 물류·데이터기술을 구축한 지 오래다.

극도로 불확실한 중국 내 사업 환경,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중국 진출, 혹은 중국 내 사업 유지에 회의적인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존망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고뇌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은 간다. 그렇더라도 이랜드식 중국 침투는 주목해볼 만하다고 본다. 궈차오(애국소비)도 분명 존재하지만 ‘좋으면 쓴다’는 게 중국 소비자다. 사이가 안 좋은 캐나다와 미국의 ‘룰루레몬’과 ‘애플’도 불티나게 팔린다. 무작정 중국을 외면하기보다 현지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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